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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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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의 역설…빠른 열차·멀어진 역[김현아의 시티라이브]

정책이슈

최근 개통된 GTX-A 노선은 수도권의 교통체계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초고속 광역철도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실제 열차 이동 시간 이외에 소요되는 역까지의 접근성, 환승저항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파주 운정에서 강남 삼성역까지 20분대에 도착하는데 열차를 타기 위한 전후 활동의 시간들은 여전하거나 오히려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심도 철도의 접근과 환승 저항 평가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대심도 철도의 접근 저항(철도를 이용하기 위해 역에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적, 물리적 노력과 심리적 부담)은 평균 차내 시간의 5.18배까지 길어질 수 있다고 하니 예견된 문제점이기도 하다. 환승 저항(한 교통수단에서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탈 때 발생하는 불편함과 부담)도 차내시간의 1.01배 정도이니 접근과 환승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최첨단의 고속철도는 그저 ‘빛좋은 개살구’에 그칠지도 모를 일이다. 원래 철도는 자동차와는 달리 문전 서비스(door to door)가 어렵기 때문에 출발지에서 역까지의 접근성과 다른 철도노선과의 환승 편의성이 매우 중요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속도 향상을 위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건설기간 단축과 토지보상비를 최소화하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심도 지하공간에 건설되고 있다. 따라서 접근 저항(집에서 역까지, 역입구에서 개찰구를 거처 탑승플랫폼까지)이 해결되지 않으면 원래의 의도와 목표달성에 차질이 예상된다. 정치나 정책 일선에서 일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집 앞에 (고속)철도 역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다. 원래 철도나 도로의 노선은 자연 지형과 공사 여건, 비용과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한 최적의 노선으로 결정해야 하지만 이런 주민들의 요구로 종종 우회·연장되기도 한다. 나 역시 모든 사람이 집 앞에 역을 만들어 달라는 주장을 ‘지역이기주의’로 평가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좀 생각이 달라졌다. 이는 주요 교통수단으로의 접근성 개선에 게으른 정치가 만들어낸 ‘절규’다. 경기도는 이제 인구 1400만 명에 근접하며 거대해지고 있지만 곳곳이 대중교통에서 소외된 ‘교통섬’이 되고 있다. 철도, 버스든 뭐라도 연결해달라는 “뭐라도 마을”로 명명되는 곳들 역시 적지 않다. 이들의 외침은 절규에 가깝다. 아무리 기다려도 다른 거점역과 연결해주지 않으니 내 집 앞으로 철도노선을 끌어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현실에서 보기 힘든 인터모달리즘(Intermodalism) 원칙교통공학·교통계획을 다루는 교과서에서는 교통계획을 수립할 때 인터모달리즘 추구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인터모달리즘이란 다양한 교통수단(도로·철도·해운·항공 등)을 효율적으로 연계해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화물이나 사람을 중단 없이 이동시키는 통합 교통 운영체계를 의미한다. 이는 교통수단의 효율성을 높여 ▲비용절감 ▲시간단축 ▲안전성 향상 등을 목표로 하며 나아가 환경친화적이고 경제적인 운송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철도정책에서는 철도와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은 철도를 처음 건설할때부터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장기 교통계획을 수립한다. 문제는 특별법(택지개발특별법 등)으로 그때 그때 수립되는 대규모 주택단지개발이다. 당초 계획에 없던 대규모 주택단지가 개발 되면 철도나 교통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또 대규모 주택단지 개발로 야기되는 교통문제에 대한 대책을 우선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거꾸로다. 집부터 짓고 교통문제는 나중이다. 과거 나라살림이 팍팍했을 때에는 택지개발을 통한 개발이익으로 교통시설투자를 했으니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이런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교통시설 확보는 늘 후순위다. 집부터 짓고 보자는 식이다.3기 신도시가 계획되면서 GTX 역이 추가됐다. 고속열차는 안전성 확보와 속도 유지를 위해 직선화가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새로운 신도시 개발이 발표될 때마다 노선이 추가되고 우회하느라 당초 직선화 노선이 조금씩 수정되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GTX 건설 기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막상 개통이 되면 환승시설이나 시스템은 그때부터 마련한다고 분주하다. 기나긴 건설 기간에 과연 일선 행정부나 정치인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싶다.복합환승시스템을 갖춘 스마트역세권 개발 시급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기존 지하철 역사에도 엘리베이터 탑승 수요가 늘어났다. 지상 역입구에는 계단 대신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공사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철도의 속도뿐만 아니라 철도이용을 위한 접근 속도와 편리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면 엘리베이터는 협소하고 에스컬레이터 설치는 여전히 느리다. 신도림역이나 대곡역의 경우 여러 지하철 노선이 정차하는 환승역인데도 불구하고 역사와 플랫폼 공간이 비좁다. 이는 이용자를 불편하게 하고 안전까지도 위협한다. 이제 철도정책은 새로운 노선보다 기존 노선의 효율성을 높이고 접근성과 환승 저항을 낮추는 운영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낡은 역사를 스마트하게 바꾸는 ‘역사 재건축’이 필요하다. 여기서 역사 재건축이란 단지 낡은 역을 넓히고 새로 짓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역사를 재건축한다는 것은 기존 승객의 이동 패턴을 분석해서 동선을 단순·최적화해 혼잡을 줄이는 설계가 필요하다. 디지털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고 있는 요즘 시대 흐름에 맞춰 인공지능(AI)와 사물인터넷(Iot)를 활용할 수 있다. 역내 혼잡도를 관리하고 승객들에게 최적의 동선을 제안하는 스마트역 시스템의 구축도 포함된다. 특히 수도권 30분 출퇴근 시대를 여는 GTX개통에 맞춰 GTX의 거점역부터 시작해보면 좋겠다. 그래서 앞으로 개통되는 GTX는 개통되자마자 30분 출퇴근시대를 바로 체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GTX-A 노선의 삼성역 개통이 늦어진 것 매우 아쉽지만 스마트역으로의 준비를 위한 시간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바로 준비해야 한다. ‘빛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2025.01.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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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간접자본 토지보상금 올해 1조9000억 풀린다

분양

올해 철도·도로 등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으로 풀리는 토지보상금이 지난해보다 50% 가까이 증가한 1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21일 부동산개발정보플랫폼 지존이 국토교통부·한국도로공사·국가철도공단·지방국토관리청의 올해 예산 세부내역을 분석한 결과, 사회 기반시설(SOC) 사업으로 풀릴 보상비는 총 1조900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SOC 사업 보상비(약 1조2750억원)에 비해 49.1% 증가한 금액이다. 유형별로는 고속도로 22곳 노선에 1조3661억원, 국도와 국도 대체 우회도로 74개 노선에 2752억원, 철도 27개 노선에 2594억원 등이다.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지난해 9393억원 대비 45% 이상 늘었다. 4349억원이 배정된 포천∼세종(서울-세종) 노선을 포함한 18개의 재정사업과 이천∼오산 노선 등 4개의 민자사업에서 토지보상을 진행한다. 철도 보상비는 지난해 1405억6000만원보다 84% 이상 증가했다. 호남고속철도 2단계 등 고속철도 4곳과 광역철도 1곳, 일반철도 22개 등 총 27개 노선에서 보상이 이뤄지며 약 401억9000만원의 보상비가 풀리는 광주송정∼순천 철도건설사업이 가장 큰 규모다. 국도·국도대체 우회도로는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발주하는 ‘국도77호선(압해-화원) 도로건설공사’ 보상비 215억6400만원을 포함해 지난해 1952억원보다 41% 많은 토지보상비가 풀린다. 올해 SOC 보상금이 예년보다 늘어난 것은 현 정부 들어 추진한 토목사업의 보상 본격화와 올해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등 양대 선거를 앞두고 보상액을 대폭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신도시 등 공공택지 보상금으로 총 30조5628억원이 풀릴 것을 고려하면 연내 부동산 시장에 풀리는 SOC까지 합한 보상비는 32조4635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김두현 기자 kim.doohyeon@joongang.co.kr

2022.02.2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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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드러낸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찐’ 공공의 적은 ‘ㄴH’ 안에 있었다
토지보상금·공직자재산신고 논쟁 다시 수면 위로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습니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6일 국회 개원 연설에서 한 발표다. 정권 말기인 남은 1년 동안 날뛰는 부동산시장을 잡는데 마침표를 찍겠다는 의욕을 불태웠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투기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성과는 고사하고 모두 수포가 될 상황에 처했다. 올해 정책기조를 규제에서 공급으로 바꿔 마지막 승부수로 던진 3기 신도시 건설안도 원점으로 돌아갈 처지가 됐다.부동산시장에선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LH 직원들이 “휴일에 땅 보러 다니는 것이 취미”라고 주변에 말할 정도로 내부 정보를 서로 공유해 땅 투기를 하러 다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시장에선 정부의 헛발이 빚은 참사, 정책 한계의 극치라며 힐난한다. 당·정과 시민단체는 재발방지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기존 법규를 강화하는 정도의 뒷북치기 재탕이 대부분이다. 부패방지법·공직자윤리법·자본시장법·한국토지주택공사법 등에도 비슷한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LH 투기 사건이 터지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도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을 내놨다. 벌금을 늘리거나 부동산 거래에 대한 정기조사와 거래내역 공개를 추가한 정도다. 그런데 조사 주체를 공사(LH) 사장으로 명시해 ‘고양이에 생선 맡긴 꼴’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특히 LH 직원들이 업무상 취득한 비공개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연관성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아 법의 실효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국토교통위 관계자는 “당·정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기존 규정을 강화하는 것 말곤 직무 연관성을 입증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LH 측이 이번 사건에 대해 “토지보상 대상에서 빼겠다. 중징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내부적으론 ‘법적 재판에서 유죄를 확정 받으면’이라는 조건을 붙인 속내도 그런 이유 때문으로 해석된다.공공주택특별법 개정을 추진 중인 김남근 변호사(민변개혁입법추진위원장)는 “공직자의 미공개 정보 악용과 부동산투기를 차단·엄벌하는 실효적 법을 마련하고, 그동안 미뤘던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을 입법할 때”라고 말했다. ━ 입법 무산 ‘공직자윤리법 전면 개정’ 재점화 LH 투기 사건을 두고 시장에선 “정부가 자초한 꼴”이라고 비난한다. 그 중 한 근거는 공직자 윤리 위배다. 문 정부가 투기수요라고 본 진짜 공공의 적은 정부 내부에 있었던 것이다. 시장에선 그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신호를 예전부터 보냈지만 당·정은 이해관계가 엇갈려 대책 마련을 차일피일 미뤘다. 이번에 드러난 LH 직원 투기 사건 10건 중 9건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LH 사장 시절(2019~2020년)에 집중 발생했으며, 문 정부가 출범 직후 주택시장 규제에 나서던 2017~2018년에도 이뤄졌다.이에 따라 최근 5년여 동안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만들자는 논쟁이 일었고 법안들도 발의됐다.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자명단·업무활동내역 공개, 직무관련 사적 접촉제한, 직무관련 미공개 정보 이용금지·처벌에 관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기존 법규와 부딪히거나 개인정보 논란 등으로 입법이 무산됐다. 공직자윤리법의 경우 처벌 규정이 없는 소극적 제도여서 공직자 이해충돌 사건을 판가름하기 어렵다는 맹점도 안고 있다.17년 전에도 공직자 부동산투기가 물의를 일으키자 2004년에 공직자윤리법을 전면 개정하려는 입법청원이 줄을 이었다. 공직자를 대상으로 재산 형성 자금 출처 신고, 소유 부동산 시가 신고, 부동산 거래내역 공개, 직계존비속의 고지 거부 폐지, 재산공개 대상 확대, 1가구 1주택 외 부동산 매매 금지, 부동산·주식의 백지신탁제 도입 등을 담은 법안이었다.시장에선 토지보상법도 LH 투기 사건을 촉발시킨 한 원인으로 꼽는다. 토지보상법은 공공이 택지개발이나 도시정비 중 민간의 토지소유권을 취득하는 수용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현금 지급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사유재산 침해, 시중 부동자금 급증 등 지금도 수많은 논쟁을 낳고 있는 뜨거운 감자다. 대체토지 교환, 분양권·입주권 제공 등의 대안들이 제시됐지만 현금보상을 대체할 만큼 호응을 얻진 못했다.투기를 한 집단이 정책의 사각지대를 잘 아는 공무원이라는 점도 대책 마련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신도시를 조성하는 경우 토지 물색에만 최소 1년 정도 소요된다. 현황 조사나 감정평가에 따라 기간이 지연될 수 있으나 지구 지정과 사업 승인 후 통상 5개월 뒤부터 토지 보상이 진행된다. 해당 토지 거래에 제약이 적은 틈새를 파고들려면 미공개 정보를 다루는 공무원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신도시 개발에 참여했던 건설사 한 관계자는 “LH 직원들이 보상금을 늘리기 위해 맹지 매입, 희귀수 식재, 쪼개기 구매, 폐기물 적치, 농막·비닐하우스 설치 등 일반인은 잘 모르는 법의 허점을 노려 갖은 꼼수들을 부릴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번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이 30여년 근무한 간부급 직급이며 토지보상업무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 정책 허점 잘 아는 공무집단에 감시망 강화해야 토지보상금은 지금도 과거에도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악순환 요인이다. 노무현 정부 때 지급된 보상비는 2003년 약 10조원, 2005년 17조원, 2007년 30조원으로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대규모 개발사업, 공시지가 상향 조정 등으로 보상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시중의 유동성공급 증대와, 양도세 증액을 통한 세수 확대를 기대한 정부의 의도도 한 몫 했다.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국회가 당시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신도시 토지보상비를 살펴보니 약 9조원 중 40%가 외지인에게 지급된 걸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조 정도가 집값 폭등 버블세븐 지역(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용인·평촌)에 사는 외지인에게 지급됐다. 2006년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 보상 때도 보상대상자 중 영종도에 사는 주민은 30%도 안됐다. 40%가 서울·경기와 타 시·도 거주자였다. 투기자본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LH 투기 의혹을 제기한 참여연대 박효주 간사는 “현행법은 미공개 정보 이용·제공 금지만 규정해 투기 방지와 사건 해결에 제약이 많다”며 “미공개 정보의 취득경로와 거래, 이를 이용한 제3자 처벌도 담은 입법청원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도 번번이 입법이 좌절된 공직자 재산신고등록 의무화도 다시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1.03.1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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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종의 고령사회 부동산 담론] 부동산 실험을 멈춰라

부동산 일반

투기억제 강박이 ‘매물 잠김’ 초래… 부동산 쏠림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투기수요와 매물 잠김 현상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했다는 진단에서 시작한다. 이에 과열지역에 대한 투기수요 차단, 대출규제를 비롯한 다양한 금융 규제,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보유세·취득세·양도세를 강화하는 세제 강화, 청약제도 강화 등 다양한 규제를 통해 부동산시장의 수요요인에 다양하게 개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로 부동산시장에 매물이 더욱 줄어 결과적으로는 집값이 상승하는 양태로 전개됐다.주택시장이 안정되고,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하락할 거라는 정부 당국자의 말을 신뢰하고 집을 판 사람들은 매각한 집이 급등하는 모습에 잠 못 이루고, 무주택자는 대출 규제로 인해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져 답답해하고, 집 있는 사람은 늘어나는 세금 걱정에 한숨만 나온다. 여기에 임대차3법으로 급등해버린 전세 시장으로 인해 세입자들은 밤잠을 설친다. 손바닥 뒤집듯이 발표된 임대사업자에 대한 정책 변화로 임대사업자는 황당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2017년 말에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던 국무위원과 2020년 중반에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는 국무위원이 같은데, 사안에 따라서 정책의 방향은 정반대다. 한 달이 멀다고 발표되는 정부의 정책도 답답하지만, 언론에서 이러한 시장의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면 부동산학과 교수라는 입장에서도 곤혹스럽다. 정부의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은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고 지지하게 된다. ━ 유동성 급증이 집값 급등 부추겨 정부는 “투기와의 싸움에서 지지 않겠다”, “부동산 문제는 정부에서 잡을 자신이 있다”, “사는 집 아니면 다 파시라” 는 등 집값 상승의 원인을 다주택자나 갭투자 등 투기수요에 의한 것으로 규정하고, 수요 억제에 치중해 왔다. 그렇다 보니 재건축아파트 등 실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의 공급부족을 더 심화시켰다.모든 병이 원인에 대해 치료를 해야 낫듯이, 부동산시장에 대한 오늘날의 상황도 원인에 대한 치료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왜 부동산시장이 급등하였을까?첫째는 양질의 주택에 대한 공급 부족이다. 혹자는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 공급이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주택의 질을 고려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더 좋은 입지, 더 넓고 좋은 집, 더 좋은 커뮤니티에 대한 기대도 커지게 된다. 재건축아파트로 자주 오르내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재건축안전진단이 10년 전에 완료됐지만, 재건축에 대한 지속적인 규제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시장이 선호하는 지역에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데, 현 정부 들어서 서울시의 주택공급은 재개발·재건축으로 매년 4만 가구 정도의 주택이 멸실 됐지만, 신규공급은 멸실된 주택에 미치지 못했다. 즉 마이너스 공급이었다. 공급량의 절대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양도세 강화와 임대주택사업자 등 정책 실패로 인한 매물 잠김 현상까지 있다 보니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경제논리다.둘째는 크게 증가한 유동성과 저금리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집값이 급등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시중에 엄청난 돈이 풀려 있는 탓이다. 2020년 4월말 기준 광의통화량(M2)은 3018조6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3000조원을 넘었다. 이와 같이 급증한 시중유동성은 은행금리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내는 자산인 부동산으로 이동하게 됐고, 이는 부동산가격의 상승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넘치는 시중 유동성으로 인해 화폐가치가 떨어지지만, 자산가격은 상대적으로 오르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시점이기도 하다.저금리는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차입비용을 낮추고 주택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위험성을 확대하는 요인이 된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좇는 자금이 부동산이나 위험 자산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셋째는 정부의 설익은 시장개입이다. 현 정부 들어 22번의 대책을 발표했다. 국민은 정부의 잦고 성급한 부동산대책에 대한 피로감이 만연하다. 서울과 수도권의 유주택자는 보유세 중과뿐만 아니라 투기꾼에게 과세하는 듯 한 징벌적 과세의 양태로 전개되는 정책 변화로 인해 적대감이 생겼다. 서민과 무주택자는 아파트 가격의 급등과 대출 규제로 인해 내 집 마련의 희망을 포기하며 정부를 원망하고 있다. 급등하는 지역에 대한 부동산 규제는 풍선효과를 낳아 다른 지역의 부동산시장을 왜곡시켰고, 새로운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 ‘더 오를 것 같다’는 농담도 있었다. ━ 150조 30만 가구 vs 임대주택 150만 가구 경제정의실천연대는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시내 아파트 중위가격이 5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22번의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지역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부동산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집값을 잡겠다’는 강박에 빠진 현 정부의 조바심이 부동산대책을 양산하게 됐고, 그 결과 시장은 왜곡된 것으로 이해된다.7·10부동산대책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 증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처럼 매각 후 양도차액의 대부분이 세금으로 환수되는 구조라면 팔 유인이 사라진다.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면 매물 잠김 현상은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아무리 보유세를 강화해도 적어도 내년 6월 1일 이전까지는 시간을 두고 관망할 수도 있다.3기 신도시의 토지보상비만 50조원이라고 하고, 여기에 상부 건축물인 아파트를 지으면 100조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 개발에 따른 주택공급량은 약 30만 가구라고 한다. 꼭 이렇게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토지를 수용해서 주택을 지어야 할까? 현 정부에서 다주택자를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라고 유도한 적이 있다. 이렇게 해서 2019년 말까지 등록된 임대주택 수는 150만 가구가 넘는데, 이는 우리나라 2년치 주택공급량에 맞먹는다.여기서 한번 생각해보자. 100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30만 가구를 장기간에 걸쳐 신규로 공급하는 것과, 잠겨있는 주택 재고 150만 가구가 부동산시장에 흘러나올 수 있는 선순환 구조로 정책을 선회하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이 사회적 마찰비용이 덜 들까? 임대주택이 부동산시장에 흘러나올 수 있으려면 정부는 임대주택과 관련된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겠지만, 3기 신도시라는 사회적인 마찰비용과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하려는 주택공급 효과보다는, 150만 가구라는 임대주택 재고가 주택시장에 공급될 수 있는 물길을 터줌으로써 훨씬 빠르고 의미있는 정책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실험실이 아니다. 학교 실험실은 시행착오가 용납되는 공간이지만, 우리 사회는 그러한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 되는데, 현 정부는 부동산시장을 대상으로 사회실험을 하고 있다. 이제는 부동산시장을 통한 사회실험을 멈춰야 할 때다.※ 필자는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글로벌 프롭테크 전공 주임교수로 고령화와 관련한 사회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토정책위원회, 행정안전부 지방세 과세포럼, 서울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서 자문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 , 등이 있다.

2020.07.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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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쏘기, 데자뷰, 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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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플루타크는 로마시대에 활동한 그리스 작가이다. 그는 말년에 그 유명한 을 집필해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 50명의 전기를 다루었다. 그중 루쿨루스라는 로마 장군의 편에서 다음과 같은 일화가 나온다. 기원 전 1세기 경 로마제국 동쪽의 강대국인 아르메니아의 왕은 티그라네스 대제였다. 로마의 확장으로 국경을 마주하게 되자 루쿨루스는 티그라네스에게 로마의 조공국이 되라는 요구를 보내왔다. 티그라네스가 이를 거절하자 루쿨루스는 대군을 이끌고 기습적으로 이 제국으로 쳐들어왔다. “첫 번째 전령(메신저)이 루쿨루스가 쳐들어 온다고 알리러 오자 기분이 나빠진 왕은 그 전령의 목을 잘랐다. 이후 아무도 더 이상을 소식을 가져오지 않았다. (나쁜) 소식이 전혀 전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왕은 그냥 앉아서 그에게 아부하는 자들에게만 귀를 귀울였다. 그러는 사이에 그는 루쿨루스의 군대에게 포위당했다.” 이것이 바로 서양에서 가장 오래 전 기록된 ‘메신저 쏘(아 죽이)기’의 사례라고 한다. 어떤 현상을 초래한 책임을 당사자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애먼 사람에게 씌우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2. 서기 227년의 일이다. 제갈량은 위나라를 치러나가 위나라의 사마의가 이끌고 나온 20만 병력과 맞닥뜨리게 됐다. 제갈량은 결전을 앞두고 아군 보급로의 요충지 가정(街亭)의 수비를 튼튼히 할 필요성을 느끼던 차에 마속(馬謖)이란 젊은 장수가 이 중임을 맡겠다고 나섰다. 그는 제갈량의 친구 마양(馬良)의 아우로, 총명하고 군략에도 밝아 평소 제갈량이 아끼던 장수였다. 제갈량은 마속에게 세 면이 절벽인 지형지물을 활용해 기슭에 진을 치고 자리를 지키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마속은 공명심에 사로잡혀 적을 유인, 격멸하겠다는 요량으로 기슭이 아니라 정상에 진을 쳤다. 과연 위나라 군이 이곳으로 쳐들어왔는데, 그들은 산기슭을 포위한 채 시간을 끌어 마속 군대의 식수와 식량 보급을 끊었다. 결국 마속은 부하들 대부분을 잃고 간신히 본진으로 돌아왔다. 가정을 적에게 내줌으로써 위나라 정벌은 수포로 돌아갔고, 촉나라군은 후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명령을 어긴 마속은 군율에 따라 참수형에 처해졌다. 마속의 재주를 아낀 사람들이 선처를 호소했지만, 제갈량의 태도는 단호했다. 사사로운 정으로 군율을 어기면 군대 전체의 기강이 무너질 것을 우려해서이다. 하지만 제갈량은 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울었다고 한다. 여기서 나온 사자성어가 읍참마속(泣斬馬謖·울면서 마속을 참수하다)이다.#3. 개봉한 지 벌써 10여 년이 지난 영화 의 한 장면이다. 주인공 네오 일행이 기계가 만든 가상현실 세계인 ‘매트릭스’에 침투해 어느 집 안의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네오의 눈 앞에 시커먼 고양이 한 마리가 지나 가더니 바로 뒤에 똑 같이 생긴 고양이가 지나간다. 이에 주인공의 입에서 “데자뷰”라는 말이 나온다. 곧이어 네오의 연인인 트리니티의 이런 대사가 이어진다. “데자뷰는 보통은 매트릭스의 결함이야. 그들이 무언가 바꾸려 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지.” 과연 그것은 함정이었다. 프랑스어어 데자뷰는 굳이 직역하자면 ‘이미 본 적이 있는’의 뜻으로서 보통은 ‘기시감’으로 번역되는 말이다.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34세 먹은 한 남자가 말라리아를 앓고 난 후 예전에 전혀 경험한 바 없는 것에 대한 기억을 자꾸 이야기했다고 한다. 신경과학자 FL 아르노라는 사람이 1896년 한 학회에서 사례 발표를 하며 이 증상을 묘사하는 용어로 주창한 것이 효시가 됐다고 한다.#4. 참여정부 시절의 일이다.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요직을 맡아 부동산 정책 등 경제 정책의 근간을 만들어온 인사가 나날이 집값이 폭등하자 큰 비난을 받게 됐다. 심지어 “아마추어”라는 말이 나오자 그는 “아마추어가 아름답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어디 한번 그 세금 내보시라”고 발언하며 효과를 확신했던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별별 정책을 11번이나 내놓아도 집값 앙등은 멈추지 않았다. 당연히 정권의 지지도는 갈수록 곤두박질쳤다. 이렇게 오르던 집값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몇 차례 올리고서야 꺾였다. 이에 청와대의 한 행정관은 참여정부의 임기 말에 개인블로그에 이렇게 썼다. “집값은 결국 금리와 통화량의 놀음인 것을….”현 정부는 얼마 전 출범 이후 3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그만큼 집값, 특히 서울 지역의 집값이 폭등세를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두 번의 대책이 주로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췄던 데 비해 금번 대책은 수요 억제의 강도를 더욱 높이면서도 공급 확대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 대책 이후 주택거래가 거의 실종되고 여러 곳에서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하지만 금번 대책도 지난 번처럼 효과는 단기에 그칠 것이며 이후 다시 폭등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그런데 이런 상황을 보면서 데자뷰란 말이 자꾸 입에 감긴다. 지금 상황이 ‘참여정부 시즌 2’라고 할만큼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국민의 정부’ 시절에 외환위기 극복의 명목으로 사상 최저 금리와 함께 4~5배 늘어난 총통화량 등 유동성 과잉의 상황을 물려 받았다. 현 정부도 전전 및 전 정부에서 단행된 8번의 금리 인하로 풀린 넘치는 유동성을 물려받았다. 부동산이란 이론적으로도 금리와 통화량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니 당연히 두 정부 모두 부동산 폭등을 수습해야 되는 ‘재수없는’ 처지가 된 셈이다. 그런데도 참여정부 시절에는 아예 이런 이론적 근거를 인정하지 않고 (사실은 잘 모르고) 세금을 동원해 수요를 억제하려 했다. 현 정부는 이런 이론적 근거는 (경험으로) 알고 있지만 참여정부 시절보다 너무 엄청나게 늘어난 가계부채 문제의 뇌관을 건드릴까 역시 같은 노선을 택하는 것 같다. 물론 투기수요를 원망하거나 적대시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참여정부 시절 ‘복부인, 기획부동산업자, 건설업자, 그리고 일부 주요 신문’을 적으로 삼더니현 정부는 다주택자를 적으로 돌리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집값 대책으로 내놓은 공급 확대 정책으로 대규모의 ‘토지보상비’가 풀렸고 이것이 다시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집값을 올리는 연료 역할을 했다. 현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도 같은 귀결에 이를 공산이 크다. 이러니 데자뷰라고 하지 않겠는가?얼마 전 통계청장과 기상청장이 전격적으로 교체됐다. 청와대의 변명에도 ‘메신저 쏘기’형 인사라는 말이 파다하다. 그런데 교육부총리의 경우를 제외하고, ‘읍참마속’ 형 인사는 ‘고용참사’와 ‘자초형 불경기’ 현상에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현 정부가 참여정부 후반부의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첫째는 총리도 언급한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최소한 금리 인상은 세금 인상이 경기에 미치는 악영향보다는 훨씬 덜 할 것이되, 주택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을 줘서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것이다. 둘째는 경제 정책 관련 읍참마속형 인사 쇄신이다. 새로운 스태핑으로 부동산 정책 등 경제 정책을 원점부터 다시 검토해 ‘영점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발 이제는 ‘아마추어가 아름답다’라는 소리는 안 들었으면 좋겠다.

2018.10.1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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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 송도 분양실패 딛고 재도약

분양

자산 매각, 투자 유치로 부채 줄여 … 검단신도시·도화구역 개발 추진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건설업계는 생기를 잃은 지 오래다. 중·대형 건설회사 부도가 이어지고 시장엔 지금도 살생부가 나돈다. 국내 10대 건설사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최근 5년 사이 3분의 1로 줄었다. 건설 공기업 사정도 비슷하다. 대부분 지방 도시개발공사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한다. 빚을 내 빚을 갚는 악순환이 계속된다.인천도시공사도 건설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인천도시공사는 2003년 창립 후 초고속 성장을 했다. 인천광역시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 인천대 송도캠퍼스 조성, 지식산업단지조성, 영종 하늘도시 분양, 검단 신도시 조성 사업을 주도하면서 창립 6년 만에 자본금이 15배로 늘었다. 하지만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상이 걸렸다. 인천 영종지구 내 건설업체 대다수가 이미 공급된 토지의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송도국제도시에서 대규모 아파트 분양에 실패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공사는 택지개발·주택건설 사업으로 돈을 번다. 사업 초기 개발 용지 확보를 위해 대규모의 자금을 토지보상비나 아파트 용지 매입비에 먼저 쓰고 나중에 용지·주택을 분양해 사업비를 회수하는 구조다. 그런데 분양이 안 되면서 돈 흐름이 막혔고 빚이 늘었다.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분양 실패가 특히 뼈아팠다.2011년 말 공사는 1063가구의 송도 웰카운티 5단지 분양에 나섰다. 당시 송도는 분양 불패 신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실패로 끝났다. 분양률 1.5%. 1063채 가운데 16채만 팔렸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비싼 분양가, 수요 예측 실패가 겹친 결과였다. 결국 분양은 전면 취소됐다.후유증은 컸다. 사장이 사임하고 실무자들은 무더기 중징계를 받았다. 부채비율은 2009년 241%에서 2011년 326%, 지난해에는 356%로 늘었다. 총 부채는 지난 연말 기준 7조9272억원이다. 공사 관계자는 “대규모 자원 조달을 공사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일시적으로 부채가 증가했다”고 말했다.이후 공사는 대대적인 혁신에 나섰다. 2011년 말 인천도시개발 공사와 인천관광공사를 통합해 인천도시공사로 재탄생 했다. 도시개발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LH공사 오두진 이사를 지난해 1월 사장으로 영입했다. 공사 창립 10주년, 통합공사 출범 1주년을 맞은 올해 초 오두진 사장은 “부채비율 300% 달성을 위해 연말까지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시장은 반신반의했다. 오 사장은 “1월에 경영 목표를 발표했을 때 계속되는 건설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경영 여건이 안 좋은 상황이어서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였다”며 “인천시 안팎에서도 갖가지 우려와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고 말했다.지지부진했던 자산 매각은 지난해 말부터 급물살을 탔다. 지상 32층짜리 호텔과 15층짜리 레지던스 건물을 1278억원에 매각했고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공동주택용지를 1859억원에 매각했다.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구월지구 땅도 757억원에 한 건설사에 팔았다.공사 관계자는 “1분기에만 3500억원 규모의 자산 매각과 투자 유치를 일궈냈다”며 “단순 계산하면 목표대비 117%의 경영 성과를 거둔 셈”이라고 말했다. 2400억원에 달하는 구월동 공동주택용지와 하버파크호텔·브릿지호텔 등도 늦어도 올 상반기 중에 매각이 성사될 것이라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순조로운 자산 매각공사는 그동안 수비 경영에 치중했다. 부채를 줄이는 게 1순위 과제였다. 오 사장은 “유동성을 극복해 재정건전화를 이루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었다”며 “이제는 위기 방어뿐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반전의 에너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올해 굵직굵직한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속속 발표되고 있어 침체된 시장에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며 “올해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와 자산 매각을 성사시켜 경영 여건을 안정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직간접 투자와 공격적인 선순환 경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공사 관계자는 이를 ‘수비적 공격 경영’이라고 표현했다.오 사장은 지난 3월 말 임직원과의 대화 자리에서 ‘인천의 백년 대계를 준비하는 선도적 핵심사업 추진’을 강조했다고 한다. 인천남구 도화구역과 검단신도시 개발 사업이 핵심이다.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은 공공주택 위주로 개발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날 방침이다. 자족·자생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공공주택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앵커 시설’을 먼저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공사는 올해 초 도화구역 내 교육 거점이 될 청운대학교 인천캠퍼스 조성 공사를 마쳤다.상수도사업본부 등이 입주할 행정 타운과 청년벤처타운이 입주할 제물포스마트타운(JST)을 1월에 착공했다. 연면적 2만4918㎡(약 7550평) 규모의 JST는 내년 4월 준공 예정이다. 도화구역 북측 산업시설용지에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의류·잡화·생필품을 국내에 판매·유통하는 중국유통물류단지를 조성한다. 2017년까지 3단계에 걸쳐 조성될 계획이다.검단신도시 올 하반기 착공 목표1120만㎡ 규모(약 340만평)의 검단신도시 사업은 올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오 사장은 “토지 분양에 성공하느냐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에 충분한 수요를 확보한 후 착공과 토지공급에 대한 세부 일정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는 투자유치 전담팀을 꾸려 고용 유발 효과가 큰 기업·공공기관·연구소·대형마트 등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를 타진하고 있다.공사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건설 중인 구월아시아드선수촌 아파트 분양이 성공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해 5월부터 3036세대 분양에 들어간 구월아시아드선수촌 아파트는 1·2차 분양 때 100%, 3차 분양 때 97.6% 계약을 완료했다. 지난 3월 시행한 4차 분양 때도 7.6대 1의 경쟁률 속에 1113세대가 전량 분양됐다.공사 관계자는 “공간 활용도를 높인 우수한 설계와 시세 대비 저렴한 분양가와 임대료, 선수촌 프리미엄 등으로 수도권 주택 시장의 극심한 불황에도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컸다”고 말했다. 오 사장은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드는 10주년을 맞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중장기 경영 전략을 마련하고 임직원을 위한 치유와 격려의 조직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3.05.23 16:03

4분 소요
이승엽이 투자도 잘하네

산업 일반

올해 부동산 시장의 이슈는 크게 재건축 사업과 토지 보상이다.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면서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을 비롯한 강남권 재건축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고, 토지 보상금으로 약 40조원이 풀리면서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10억원 이상의 돈을 부동산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 자산가라면 올해 서울 강남권(강남겮??송파구) 재건축아파트와 수도권 토지, 그리고 서울 강남권 상가빌딩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 자산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고 세제 면에서도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상품별 전망과 유망 투자처를 살펴봤다.주택 일반 아파트 중 20억원 넘는 고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2007년까지 아파트 값이 워낙 많이 올라 추가 상승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에 대한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주택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이라는 대출규제로 수요자들의 매수 여력이 줄어든 데다 실질금리까지 오름세로 돌아섰다.건설사들이 올 2월로 종료되는 양도소득세 한시 면제 혜택을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밀어내기 식으로 수도권에 분양물량을 쏟아낸 것도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에 악재다. 그러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전망이 밝은 편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내놓은 규제완화 효과가 올해 가시화한다.재건축 사업의 관건은 속도와 수익성이다. 재건축 사업의 주요 걸림돌이었던 안전진단(건물의 노후도 등을 따져 재건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2회에서 1회로 줄었다. 당연히 사업 속도가 빨라진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와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등이 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다.수익성도 좋아졌다. 정부가 법에서 정한 상한선까지 재건축 단지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 비율)을 올릴 수 있게 했다. 서울 개포지구(32개 단지)는 용적률을 기존 200%에서 250%로 올리기 위해 지구단위계획변경을 추진 중이다.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도 이슈다.서울시는 전문기관에 의뢰해 압구정동 초고층 계획안을 마련 중이다. 여의도 일대 초고층 계획안도 상반기에 나온다. 반포주공 1단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강변에 5층짜리 낡은 아파트가 모여 있는 이곳은 2000년의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기존 가구 수의 142% 이상 늘릴 수 없게 돼 있었는데 최근 이 제한이 풀렸다.반포주공 1단지 중 중대형 단지로 구성된 1~2주구가 수혜를 볼 전망이다. 서울의 기존 단독주택도 요즘 몸값이 하루가 다르게 뛴다. 희소성 때문. 강남권의 경우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단독주택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사무실이나 음식점 등으로 전용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강북의 단독주택도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집값이 오르지 않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정부가 소형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주차장을 크게 짓지 않고 여러 집을 지을 수 있는 도시형 생활주택 규정을 내놓으면서 지하철역 인근 단독주택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단독주택을 사들여 도시형 생활주택을 지으려는 투자자들이 주로 찾는다.성북동과 평창동 등 고급 단독주택 밀집지역도 그동안 아파트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수요가 붙기 시작했다. 이들 지역 역시 희소성이 부각되고 있다. 아파트 일색으로 변해 가는 서울에서 이런 고급 단독주택 단지가 더 이상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재개발 중에서는 앞으로 10년 내에 서울을 대표하는 고급 주거지로 탈바꿈할 용산구 일대 재개발 지분에 관심을 가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임대상품 소규모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 소형 임대상품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런 상품을 임차해 쓰려는 1~2인 가구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공급은 모자라기 때문이다. 소형 오피스텔의 장점은 전겳何?수요가 많아 짭짤한 임대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서울과 수도권 역세권이나 목 좋은 오피스텔은 대개 연 6% 안팎의 임대 수익을 얻고 있다. 그동안 이런 오피스텔은 임대수익은 괜찮았지만 자산가치가 오르지 않는 게 투자자들의 고민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요가 늘고 임대료가 올라가면서 몸값도 뛰고 있다. 원룸 사업도 유망하다.대학가나 지하철역 인근의 낡은 단독주택이나 상가를 매입해 방을 여러 개로 쪼개 원룸 사업을 하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50억~200억원의 강남권 상가빌딩은 자산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상품 중 하나다. 다만 값이 오르면서 임대수익률이 낮아진 게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순수 임대수익만으로는 투자금액 대비 수익률이 연 3~4%에 불과하다.또 경기 침체로 임대료가 싼 외곽지역으로 사무실을 옮기는 소규모 사업자가 늘면서 공실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자산가치가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윳돈이 있는 투자자라면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상품이다. 꼭 강남권이 아니더라도 상가빌딩은 투자가치가 높다.최근 일본 프로야구 리그에서 뛰고 있는 이승엽 선수가 273억원에 사들인 서울 성수동 옛 에스콰이어 본사 등은 미래가치가 큰 빌딩으로 꼽힌다. 국내 프로농구리그에서 뛰는 서장훈 선수가 2006년 58억원에 매입한 서울 흑석동 중앙대병원 인근 빌딩은 최근 시세가 120억원대로 뛰었다.토지 올해를 토지 투자의 적기라고 보는 부동산 전문가가 많다. 일단 올해 토지보상금으로 40조원가량이 풀릴 예정인데 이 돈이 토지시장으로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해양부 조사에 따르면 29조원의 토지보상비가 풀린 2006년의 경우 보상비 중 40~50%가 부동산 투자자금으로 재유입됐다.수요가 붙으면 가격은 오르게 마련이다. 세제 혜택도 자산가들의 관심을 끈다. 부재지주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60%)가 유예된 데다 올해 말까지 토지를 매수할 경우 외지인이라도 땅을 팔 때 양도세를 일반 세율로 내면 된다. 자산가들이 토지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자녀에게 증여할 때 유리하기 때문이다.아파트와 달리 토지는 시가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내면 된다. 그런데 토지의 공시지가는 실제 매매가의 20~30% 수준이다. 예를 들어 100억원을 주고 땅을 사더라도 공시지가는 20억~30억원이고, 자녀에게 증여할 때 20억~30억원에 대한 증여세만 내면 되는 것이다.다만 나중에 자녀가 이 땅을 되팔 때 양도세를 상대적으로 많이 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새로 뚫리는 고속도로 주변을 유망 투자처로 꼽고 있다. 길이 뚫리면 땅값은 오르게 마련이다. 지난해 7월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가 개통하자 2007년 3.3㎡당 70만원 선이던 남양주 화도 나들목 인근 토지가 200만원대로 뛰었다.전문가들은 경춘고속도로 사례가 앞으로 생길 주요 고속도로 주변 토지시장의 예고편이라고 보고 있다. 제2경부, 제2영동, 송파∼양평 간 고속도로 주변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고속도로의 경우 나들목 주변이 유망하다. 제2경부의 경우 하남, 광주, 용인, 안성, 천안, 세종시에 나들목이 생긴다. 또 제2영동은 광주 초월·실촌읍, 여주 금사·흥전·대신면, 양평 양동면, 원주 지정면 일대가 관심지다.

2010.02.05 13:54

5분 소요
“강남 재건축 아파트 눈여겨봐야”

산업 일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경인년 연초부터 서울 강남권의 주요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재건축 반등 여부에 대한 기대감과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저가매물이 하루 1~2건씩 거래되면서 매물 호가가 오르고 있는 것.서울 재건축시장은 소폭이긴 하지만 벌써 4주 연속 주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잠실주공 5단지, 서초반포 한신 저밀도 재건축, 강남개포 지구, 강동둔촌 지구 등이 거래와 함께 가격이 오르면서 단지별로 지난해 4분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이전 시세를 회복하기도 했다.주요 재건축 단지 꿈틀하지만 이러한 거래와 오름세는 일부 재건축 단지에 국한돼 확산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상대적으로 투자 수익이 기대되는 대표적인 저밀도 재건축과 사업 추진을 원활하게 할 재료가 있는 단지들만 저점 매수세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또한 거래 시장에서는 이미 호가가 급등하면서 수요자들이 다시 관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따라서 과거 가격상승기와 같은 추격 매수세 형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중론이다. 대치동 은마나 잠실주공 5단지 등의 재건축 확정, 서초한신과 강남개포 등의 가구수, 용적률 제한 완화 같은 기대 요소들도 이미 저점 매수와 호가 상승에 반영된 터라 추가 상승 지속에 대한 확신도 쉽지 않다.대표성과 상승 재료를 가진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과거 최고점인 2007년 초반 시세에 근접해 가면서 서서히 오름세를 띠겠으나 급격한 가격 상승이나 거래 증가로 이어지지는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일부 강남권 소재 재건축 단지를 제외한 일반 아파트 시장은 연초부터 몰아친 한파와 폭설 영향으로 거래 시장은 한산하고 가격 또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가격 변동을 보인 개별 단지를 찾아보기 힘들고 서울 전세시장 일부만 계절 수요가 움직이는 형국이다. 따라서 1분기에는 국지적인 거래와 회복세가 나타나겠으나 전반적으로 약보합세가 지속될 전망이고 서서히 회복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중소형 전세 시장을 중심으로 서울 수도권의 양극화가 이어질 전망이다.입주 예정 물량이 부족한 서울 강남권이나 개발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와 멸실주택 발생이 예상되는 강북 도심권에 비해 수도권은 대규모 입주 시장을 중심으로 전세는 물론 매매 가격도 약보합세가 계속되고 있다. 점진적인 경기 회복과 함께 주택 부동산 경기도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나 대출 규제가 살아있고 하반기 금리 인상 압박이 남아 있어 주택 수요 움직임은 천천히 나타날 것이다.실물경기 회복시기와 수도권 중심으로 풀리는 대규모 토지보상비 등 유동성 투입이 1분기 상승 변수로 남아 있다. 이와 함께 입주 물량의 편중 등에서 나타나는 주택 수급 불균형이 전세 시장을 중심으로 한 가격 불안으로 나타날 전망이다.기존 아파트에 투자하려면 상승 재료가 있는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살펴보되 단기간 수익성은 앞서 보듯 제한된 측면이 많기 때문에 주거 환경과 입지 등을 근거로 투자대상을 선별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강남권 중층과 저밀도 아파트지구, 한강변 재건축 시장 등 투자성과 개발 가능성, 규제완화 기대 효과가 예상되는 단지들에 투자해야 한다.대치동 은마의 재건축 사업이 1월 중 확정되고 잠실주공 5단지가 3월께 안전진단을 통과하면 강남권 중층 재건축을 중심으로 기대 효과가 확산되면서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개포 지구나 서초 한신 저밀도처럼 규제 완화 가능성이 높고 수익률 향상이 기대되는 단지들을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재건축을 제외한 일반 아파트를 매입하려면 지역별로 대표성을 가진 랜드마크 단지의 중소형을 중심으로 실거주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초 현재 전반적으로 보합세를 띠고 있고, 수요 경쟁이 거의 없기 때문에 1분기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가격협상과 매물 확보가 가능하다.새 아파트에 청약하려는 경우에도 유망 단지에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송파 위례, 광교 등 인기가 예상되는 수도권 2기 신도시 물량이나 서울 도심권의 브랜드 대단지 물량이 관심을 끌 전망이다.청약저축 장기 가입자라면 보금자리주택을 노려보는 것도 좋다. 송파 위례신도시의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이 2월로 앞당겨 실시되고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 6곳의 사전예약이 4월로 예정돼 있다. 과천 등으로 축약된 3차 보금자리주택지구 예정지는 오는 3월께 발표될 예정이다.청약 가입자라면 보금자리 노려볼 만한편 분양 상품을 이용한 내 집 마련이나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달라지는 청약제도를 확인해야 한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주택공급규칙 개정안이 오는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청약 전략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수도권 대규모 공공택지의 경우 지역우선 공급비율이 50대 50으로 바뀌고 신혼부부, 생애 최초 등 특별공급 대상조건도 달라진다.2월 사전예약을 앞둔 위례신도시 송파구 보금자리주택 물량과 4월 실시되는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 물량 사전예약접수에도 적용된다. 지역우선공급비율이 낮아진 서울 거주자들의 당첨 경쟁이 심화되고 경기·인천 거주자들도 서울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임신 중이거나 자녀를 입양한 부부도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청약자격이 주어지고 생애 최초 근로자 특별공급 대상의 소득요건도 확대된다.우선공급과 특별공급이 통합되면서 물량이 줄고 청약통장이 필요하게 되기 때문에 종전 해당 수요자들은 달라진 물량과 자격 요건을 체크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청약통장이 없다면 제일 먼저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을 개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세 시장은 방학 수요와 봄 이사 수요가 움직이면서 1분기 오름세가 예상된다.다만 서울 강남권이나 도심 업무지구 주변의 중소형 전세 시장에 비해 수도권은 물량이 여유를 보일 수 있다. 입주 시장 주변의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경우 서울 수도권 간의 전세 가격 양극화가 이어질 수 있다. 저렴한 새 아파트 전세를 찾고 싶다면 서울보다는 수도권 등 외곽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좋겠다.

2010.01.11 14:38

4분 소요
메가시티의 신경줄  GTX 급시동

산업 일반

지하 80m에 건설된 모스크바 전철역 승강장. 세계의 도시라는 메가시티 뉴욕을 생각하면 맨해튼의 마천루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곳은 뉴욕시의 5개 구(區)중 한 곳에 불과하다. 학술적인 의미의 ‘메가시티 뉴욕’은 뉴욕 동쪽의 코네티컷주와 허드슨강 서쪽의 뉴저지주를 합친 트라이 스테이트(3개 주)로 총 면적 800㎢, 인구는 2000만 명이 넘는다.미술품 거래상인 A씨가 뉴저지주 레오니 카운티의 집에서 사무실이 있는 뉴욕시와 맞닿아 있는 뉴욕주 롱아일랜드로 출퇴근한다면 많은 시간과 돈이 든다. 먼저 그는 뉴욕과 뉴저지를 연결하는 통근용 열차인 패스트레인을 타고 맨해튼 미드타운의 역에서 내려야 한다. 환승되지 않기 때문에 그가 밖으로 다시 나와야 하는 게 거추장스럽다.오바마의 ‘메트로네이션 정책’ 주목할 필요패스트레인은 맨해튼의 단 한 개 역에만 정차할 뿐이다. 뉴욕시가 아니지만 맨해튼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뉴욕주 롱아일랜드까지 가려면 다시 이 역에서 걸어서 10분 이상 걸리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의 역으로 가서 LIRR(롱아일랜드레일로드)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뉴욕시 전철을 이용하면 롱아일랜드까지 다시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동일 생활권이어야 하는 뉴욕주, 뉴욕시, 뉴저지를 가로지르는 교통 시설은 자동차 외에 없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백악관에 도시정책실을 신설하고 뉴욕, LA, 시카고 등 대도시권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메트로네이션:Metronation, 대도시 권역 국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대도시 살리기에 나설 만큼 메가시티는 세계적인 트렌드다. 뉴욕시가 월등한 경제, 문화적 인프라를 지니고 있음에도 도쿄, 런던, 파리와 동급으로 취급되고 있는 현실은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오바마 행정부가 전 국토의 12%에 불과한 100개 대도시가 GDP의 75%를 만들어내는 현실을 받아들인 후 일찍이 발표한 공약도 고속철도 건설로 대도시 간 시너지 효과를 올리자는 거였다. 그만큼 교통은 광대한 광역경제권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메가시티는 유엔 기준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거대도시권역을 말한다. 핵심도시를 축으로 1일 생활권에 속하는 주변지역을 포함하는데 단순히 핵심도시와 베드타운으로 이분화된 것이 아닌 경제·문화 면에서 유기적으로 통합된 도시를 뜻한다. 한국의 대표적 메가시티는 서울을 중심축으로 한 수도권, 즉 경기도다. 서울과 경기도 전역을 합쳐 2343만 명의 사람이 실질적으로 하나의 대도시권역에서 배우고 일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서울을 핵심도시로 한 메가시티 경기도 내에는 국내 100대 기업 본사의 90%가 밀집돼 있고 전문기술과 과학 종사자의 68%가 집중돼 있다. 그렇다 보니 전국 특허출원 건수의 70% 이상이 경기도 권역 내에 집중된 것이다. 하지만 경기도 권역의 1인당 생산성은 세계 수준에서 한참 밀리는 것은 물론이고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권역의 4만8700달러보다도 낮은 4만1100달러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자원과 경제활동이 경기도 권역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이처럼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수도권정비계획법 제정 이후 25년 동안 수도권 대신 지방을 육성하는 정책이 펼쳐져 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송재형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역은 “현재 수도권의 인구 현황과 우리 기업의 해외이탈 현상을 볼 때 수도권 규제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최선의 방책이라고 하기 힘들고 이를 점진적으로 폐지해 광역경제권 발전구상을 실행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광역경제권 경기도가 중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등 고부가가치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문화적인 인프라를 통해 지역 매력도를 향상시키며 ▶최종적으로 하나의 일관된 메가시티가 되려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점이 교통 인프라의 확충이다. 이를 위해 경기도가 내놓은 대안이 대심도 광역급행철도인 GTX(Great Train Express)다.핵심 도시인 서울을 중심에 놓고 경기도 전역을 하나로 묶는 GTX는 지하 40~50m에 건설된다. 경기도는 2007년 7월 먼저 동탄~강남 간 수도권광역급행철도 타당성 검토를 시작해 같은 해 11월 대한교통학회 학습토론에서 이를 공식 제안했다. 2008년 7월에는 국토해양부-서울시-인천시 교통전문가들로 TF팀을 구성했고 올해 2월부터 공론화를 시작해 지난 6월 국토해양부에 GTX 타당성 검토를 요청했다.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관련 장관들과도 얘기가 됐다.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며 “GTX사업은 민자가 60%를 부담해 국가로서는 재정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간사업자 제안서를 받았는데, 국내 1위부터 10위 건설사가 다 포함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2011년 5년 계획으로 GTX를 착공할 예정이다. 모스크바처럼 대심도 철도로 갈 수밖에 없어 1. 러시아 모스크바의 모스코 메트로 전철역. 2. 프랑스 파리의 광역전철 RER 승강장. GTX는 기존 지하철보다 세 배 이상 빠르다. 정거장을 최대한 줄이고 속도를 높여 서울 강남∼일산을 22분 만에 오갈 수 있다. 경기도는 고양 킨텍스~동탄신도시, 의정부~군포 금정, 청량리~인천 송도 등 3개 노선을 계획하고 있다. GTX는 2016년 9월 준공이 목표다. 3개 노선(총 길이 145.5㎞, KTX·안산선 활용구간 제외)을 건설하는 비용은 13조9000억원(추산). 그러나 민자 60%, 신도시개발부담금과 역세권 개발이익금으로 20%를 충당해 국비와 지방비는 20% 선에서 끝낼 계획이다. 경기도와 대한교통학회가 마련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건설사업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열차 한 편은 전동차 6량에 정원 920명을 실어 나를 수 있다. GTX의 표정 속도(역 정차 시간을 포함한 평균 속도)는 시속 120㎞, 최고 속도는 시속 200㎞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지하철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지하철은 프랑스 파리의 광역급행전철(RER)로 표정 속도가 시속 60㎞다. 러시아 모스크바 지하철은 50㎞, 국내 지하철은 32㎞다. GTX가 벤치마킹할 만한 해외사례는 영국 런던 권역의 크로스레일, 프랑스 파리 대도시권의 RER, 러시아 모스크바의 모스코 메트로, 일본 도쿄권의 메트로에코플렉스다. 이 중 우리와 유사한 경우는 모스크바 지하철과 도쿄의 광역철도 시스템. 러시아 모스크바의 모스코 메트로는 지하 84m에 정류장 165개소를 갖췄고 총 연장거리는 292.9㎞다. 러시아는 최초로 순환철도를 도입해 1898년부터 건설을 시작한 도시철도 선진국이다. 1930년대 건설된 모스크바 철도는 10개 직선코스와 1개의 순환선으로 돼 있다. 전체 통행량의 57%를 책임지고 있는 총 연장 292.9㎞의 모스코 메트로와 모스코 모노레일로 이뤄진다. 특히 지하 84m에 만들어진 파크 프로비디 역사는 안정성과 견고함으로 유명하다. GTX 개통 자체가 경제적 성과 일본 도쿄의 메트로에코플렉스는 지하 16~49m에 정류장 480곳을 갖춘 총 연장거리 1843㎞의 민영 철도다. 도쿄는 특히 노선 간 연계가 잘돼 있다. 특히 도심에 지상 전철노선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다양한 운행 노선이 존재해 연계성에 주안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이 중 광역철도는 모든 역을 정차하는 보통열차와 일부만 서는 준급행, 주요 역만 정차하는 쾌속과 급행 등 다양한 형태로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노선을 연장할 때마다 지하로 깊게 내려갔기 때문에 도쿄의 일부 노선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지하 30~40m에 건설돼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이재훈 미래전략연구센터장은 “기존 지하철 때문에 서울과 경기도에선 광역급행철도가 모스크바처럼 대심도 공사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원대 손봉세 소방방재공학과 교수는 “모스크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는 화재 등 비상 시 비상전원이 켜지고 올라가는 방향으로만 작동한다”며 “한국에서도 대심도로 건설되면 안전성 차원에서 이런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GTX가 운행을 시작하면 동탄에서 서울까지 66분 걸리던 게 18분으로, 서울 강남에서 일산까지는 83분에서 22분으로 줄일 수 있다고 경기도는 보고 있다. 요금은 잠정적으로 20㎞ 미만 2000원, 20∼40㎞ 3000원, 40㎞ 이상 4000원 수준이다. GTX 도입으로 일일 승용차 38만 대의 통행이 감소하면 총 56만 대의 통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기도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차량이 약 18만 대가량 줄어들 것으로 경기도는 보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05년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GTX 개통으로 서울시와 수도권의 교통혼잡이 크게 줄어들면서 연간 7000억원에 달하는 혼잡비용이 감소한다. 특히 연간 36만 건의 통행을 기록하는 승용차가 GTX 개통으로 38만4000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연 6615억원의 혼잡비용이 절감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에너지 소비량도 감소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연간 에너지 소비가 72만L 줄어들고 탄소배출권 가격으로 환산할 경우 1190억원이 절감된다. 지난 60년간 국내에서 일반도로가 8만㎞ 연장된 데 비해 철도는 732㎞ 연장에 그쳤기 때문에 GTX로 인해 불균형인 국가 도로정책에도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GTX는 지하 터널을 뚫어 노선을 만들기 때문에 일반 도로나 지상 철로를 건설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일단 도심 철도나 도로 신설의 발목을 잡는 막대한 토지보상비가 크게 줄어든다. GTX는 지하 40~50m의 공간을 활용해 토지보상비를 기존 도로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서울·인천·경기도를 다 합쳐야 중국 베이징(北京) 면적의 70% 정도”라며 “대심도 노선을 빨리 구축해야 우리 수도권이 베이징이나 상하이(上海), 도쿄 등과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GTX의 기본적인 역할은 메가시티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울을 포함한 경기도 권역이 통합생활권으로 만들어져야 이웃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권역의 빠른 성장세에 밀리지 않는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은 베이징과 상하이 외에도 각 지방정부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광대한 통합생활권이 펼쳐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2009.08.26 10:10

6분 소요
지나친 간섭에 시장이 복수

산업 일반

▶경실련이 정부를 상대로 ‘아파트값 거품 빼기’ 운동을 벌이며 집값 폭등의 심각성을 주장하고 있다. 요즘 시중에 나도는 유머 한 토막. 세상에서 가장 방대하고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책은? 정답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대‘책’이란다. 10·29, 8·31, 3·30, 11·15 대책 등 굵직한 것만 꼽아도 숨이 찬다. 종합부동산세, 실거래가 신고제,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새로 등장한 부동산 용어도 끝이 없다. 반년에 한 번꼴로 부동산 대책이 나왔고, 세금부터 공급 확대까지 건드리지 않은 게 없다. “공급의 ‘공’자도 못 내게 했다” 2003년 10월 정부는 10·29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그해 봄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와 충남의 행정복합도시 주변의 땅값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정부는 수도권과 충청권 투기과열지구의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고(5·23 대책), 재건축 아파트의 중소형 의무건설 비율과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 등을 강화(9·5 대책)했으나 먹히지 않았다. 그래서 나온 종합판이 10·29 대책이었으며,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고 투기지역의 주택담보 인정비율을 40%로 끌어내렸다. 판교 신도시도 앞당기기로 했다. 당시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현행 헌법 아래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포함시켰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10·29 대책 수립에 관여했던 관변 이코노미스트들은 처음부터 회의적이었다. 이들은 “두 달 동안 대책을 준비하면서 청와대는 아파트 공급 확대의 ‘공’자도 꺼내지 못하게 했다”고 증언한다. 당시 이 대책을 주도한 청와대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은 재건축 규제나 종합부동산세, 주택담보대출비율 하향 조정 등 수요 관리 대책만 잔뜩 주문했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이들은 “대통령의 관심이 온통 지방 균형 발전과 행정복합도시에 쏠려 그 눈치를 보느라 수도권에 아파트 짓는 것 자체를 꺼린 게 아닐까”라고 짐작할 뿐이다. 이 실장은 아예 “공급 확대의 집값 정책은 필패하게 마련”이라고 못 박았다. 대통령의 정치적 소신을 떠받치기 위한 참모들의 과잉 충성이 잘못된 정책 노선으로 굳어버린 것이다. 한쪽에선 정부의 집값 안정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한국은행이 2003년 5월과 7월 두 차례 콜금리 목표치를 0.25%씩 인하한 것이다. 콜금리는 3.75%로 떨어져 사상 처음으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초저금리 시대로 접어들었다. 당시 박승 한은 총재도 금리를 내리면서 부동산 시장을 걱정한 것 같다. 그해 5월 박 총재는 “부동산 버블은 반드시 꺼질 것이며 아마 상당한 피해자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박 총재가 꺼낸 부동산 거품 논쟁은 갑자기 엉뚱한 곳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부동산이 경제문제가 아니라 교육문제인 것처럼 둔갑하기 시작했다. 박 총재는 “강남의 집값 상승은 일류 사설학원이 밀집한 때문”이라며 대학입시에서 내신성적 비중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 만능주의에 빠진 함정 청와대와 정부는 10·29 대책 이후 부동산 가격이 일시적인 안정세를 보이자 ‘승리’를 자신했다. 그러나 불과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시장의 복수가 시작됐다. 초저금리와 막대한 토지보상비에 따른 과잉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밀려들었다. 그래서 2005년 여름에 나온 것이 8·31 대책이다. 제2차 종합판이다. 이때부터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그의 입에서 “헌법만큼 고치기 힘든 부동산 제도를 내놓겠다”는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사석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종합부동산세 같은 부동산 세금을 걷어 지방 균형개발 예산으로 쓰겠다는 아이디어지. 그렇게 되면 아무리 정권이 바뀌더라도 유지되지 않겠느냐. 종부세 등에 대해 긴가민가 하는 시장에 확실하게 쐐기를 박고 정부의 부동산 안정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포석이다”라고…. 실제 8·31 대책에는 상상 가능한 모든 규제책이 포함됐다. 종부세 대상 기준을 6억원으로 내리고 모든 주택거래는 실거래가로 바꾸었다. 1가구 2주택에 대한 양도세를 50%로 중과하기로 하고, 200만 평의 송파 신도시 구상도 내놓았다. 하지만 언발에 오줌누기였다. 여전히 청와대는 공급 확대에 부정적이었다.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는 상황에서 섣부른 공급정책은 다주택 소유자에게만 좋은 일을 시킬 뿐 오히려 시장 불안만 초래할 것이라는 게 청와대와 여당의 시각이었다. 당시 이 대책에 관여한 과천 경제부처 관리들은 “외부인사들과 건설교통부는 수요 억제와 함께 획기적인 공급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청와대와 여당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이때부터 부동산 정책이 신뢰를 잃는 조짐이 뚜렷해졌다.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격언 대신 ‘정부 말 믿다가 돈 버는 사람 보았느냐’는 입소문이 위력을 떨쳤다. 부동산 시장은 청와대와 정부의 협박에 코웃음 치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콜금리는 3.25%까지 떨어져 유동성이 넘쳐흘렀다. 부동산 시장 참가자들은 신도시 아파트를 발표하더라도 실제 입주까지는 3~4년의 시차가 있다는 점도 간파하고 있었다. 실제로 노태우 정권 때 분당·일산 신도시를 발표했지만 정작 아파트값이 하향 안정세로 접어든 것은 실제 입주가 시작된 3년 뒤였다. 그 3년 동안의 공백 기간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그래서인지 8·31 대책의 약발은 넉 달을 넘기지 못했다. 연말부터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들먹거리자 정부도 허둥댔다. 아마추어가 주무른 ‘정책’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제대로 된 복합처방을 내리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다. 숱한 부동산 대책이 실패로 돌아가고 민심이 들끓자 뒤늦게 정책 조합에 눈을 돌린 것이다. 2005년 10월부터 3년 만에 콜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 이후 1년간 콜금리는 5차례 인상돼 4.5%까지 올랐다. 2006년 3·30 대책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도입되고 11·15 대책에는 주택담보 인정비율(LTV) 규제가 훨씬 강화됐다. 박승 총재가 물러나고 신임 이성태 한은 총재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돈줄을 죄기 시작했다. 한은은 지난 연말 은행의 지준율 인상이라는 카드를 16년 만에 빼들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느닷없이 검단·파주 신도시 계획을 흘리는 바람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그러나 되짚어 보면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이정우·김병준 같은 강성 코드 인물이 청와대에서 물러나고 건교부가 부동산 대책을 주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택정책은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로 급선회했다. 건교부는 “검단·파주로도 안 되면 앞으로 신도시를 무제한 세우겠다”고 공언했다. 드디어 세금과 금융정책, 그리고 공급 확대 등 3박자의 정책 조합이 톱니를 맞추며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재경부·건교부가 제 목소리를 내면서 부동산 정책은 보다 현실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아파트값 폭등은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겨 놓은 뒤였다. 2003년부터 제대로 복합처방을 내렸다면 부동산이 지금과 같은 재앙적 수준에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행정학 교수 출신이, 철거민 운동을 하던 운동권 출신이 느닷없이 청와대에 앉아 부동산 정책을 주무르기 시작하면 어떤 재앙이 초래되는지를 똑똑히 목격했다. 부동산 거품은 발생 때도 문제지만, 거품 붕괴 때가 더 위험하다. 일본도 1980년대 후반 리크루트 사건, 사가와규빈 사건, 가네마루 신(金丸信) 스캔들이 연이어 터졌다. 거품이 부풀어오르는 데 누구도 눈 돌릴 여력이 없었다. 그러다가 1990년부터 지나친 금리인상으로 거품이 급격히 파열할 때도 속수무책이었다. 한국도 지금 국가 리더십의 빈혈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노 정권은 지지도가 바닥이고 한나라당마저 부동산 유탄을 피하느라 몸을 사리고 있다. 올해는 대선까지 맞물린 예민한 시기다. 대선 과정에서 사회 갈등을 헤집어놓거나 다시 한번 포퓰리즘이 판친다면 큰일이다. 지난 4년간의 실패를 반복할 경우 더 이상 버텨낼 경제 체력도 소진한 상태다.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대재앙이 언제 우리를 덮칠지 걱정이다.

2007.01.1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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